
1970년 11월 29일, 일요일.
노르웨이 서쪽 항구 도시 베르겐은 평소처럼 한산하고 차가운 겨울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11월 말의 공기는 싸늘했고,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산속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습니다.
그날, 한 아버지와 두 딸은 평소처럼 산책 겸 등산을 하러 이스달렌(Isdalen) 계곡 근처를 찾았습니다.
이스달렌.
현지인들은 그곳을 '죽음의 계곡'이라고도 부릅니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수많은 등산 사고, 자살 사건, 실종 사례로 악명이 높았던 곳이죠.
그런데… 그날, 세 사람은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노르웨이 범죄사에 기록될 발견을 하게 됩니다.

아이 중 한 명이 먼저 이상함을 느낍니다.
산길 옆 바위 밑, 낙엽과 돌무더기 사이에서 묘하게 매캐한 탄 냄새가 퍼지고 있었던 겁니다.
가까이 다가가 본 순간,
그들은 그곳에 누군가가 누워 있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처음엔 노숙인인가, 아니면 야외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인가 생각했죠.
하지만... 가까이 다가간 아버지의 얼굴이 굳어버립니다.
“...사람이야. 그런데... 이상해.”

인간의 형체. 그러나 너무나도 기이했다.
그녀는 바위에 누운 채로 온몸이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습니다.
다리 한쪽은 오그라들었고, 팔은 기이하게 구부러진 자세였습니다.
마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 그대로 굳은 듯한 모습이었죠.
하지만 더욱 이상한 것은… 그 얼굴이었습니다.
눈, 코, 입의 형태는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불에 그을려 있었고,
살점은 마치 고온에서 벗겨진 듯 일그러져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일부만 남아있는 상태였습니다.
“사람이 맞는데, 누군지 알 수 없었어요. 얼굴이... 얼굴이 아니었거든요.”
— 발견자 아버지의 증언 중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법의학자들도 현장의 이상함에 고개를 갸웃합니다.여성의 시신 주변에는 타다 남은 옷 조각,위스키 병,수면제 포장지,그리고 한켠에는 여성용 핸드백과 노트가 타다 남은 채 놓여 있었죠.
하지만 그 어떤 물건도 그녀가 누구인지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시신을 살펴보던 수사관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그녀의 손가락 끝.
지문이 아예 닳아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지문을 제거한 듯,
손가락 피부가 긁히고 벗겨져 있는 상태였죠.
그녀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걸 막으려 했거나,
혹은 누군가가 신원을 감추기 위해 시신을 처리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후 경찰과 소방 당국, 법의학자들이 나와 시신을 조사합니다.
현장은 마치 그녀가 스스로 불을 붙인 듯한 모양새였지만,
이상하게도 주변 풀이나 나뭇가지에는 불길이 거의 번지지 않았고,
불은 오직 그녀의 몸과 소지품만 타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는 이것이었습니다.
“여성의 폐에서 연기와 그을음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그녀가 숨을 쉬고 있을 때 불에 탄 것이 아니라,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불에 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법의학 보고서 중
즉, 이 말은...
그녀는 불로 인해 죽은 것이 아니라,
죽은 뒤 불에 태워졌다는 뜻입니다.

🧳 범인은 현장을 '정리' 했다
현장의 전체적인 배치 또한 매우 이상했습니다.
보통 사람이 자살을 택하거나 우발적으로 불을 피운 경우,
현장은 엉망진창이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곳은...
지나치게 정돈돼 있었습니다.여성의 옷은 불에 타기 전 가지런히 벗겨져 있었고,신발은 옆에 나란히 정리된 채 있었으며,
소지품은 대부분 일부러 태운 듯 배치돼 있었죠.
“이건 단순한 사고나 자살 현장이 아니야.”
그 누구라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인위적이고 기이한 연출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누구였을까?
얼굴이 없는 시신.
지문이 지워진 손.
불에 타기 전 정리된 물건들.
그리고 그 어떤 서류도 없는… 정체불명의 여성.
그녀는 누구이며,
왜 사람도 다니지 않는 산속 깊은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어야 했을까요?
이 미스터리한 사건은,
그저 이상한 시체가 하나 발견된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경찰이 그녀의 짐가방을 추적하면서,
사건은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게임ㆍ만화 ㆍ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니메이션 극장판 - 짱구는 못말려: 우리들의 공룡일기(2024-12-18) (2) | 2024.12.09 |
---|---|
극장판 주술회전 0(Jujutsu Kaisen: Zero - 2022) : 한국 영화관 재개봉 2024.12.11 (0) | 2024.12.09 |
일본 애니메이션 아키라(Akira - 1988년작) 재개봉 (2) | 2024.12.09 |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 (1) | 2024.12.09 |
비상계엄령 '서울의 봄' (1) | 2024.12.08 |